Desert in Dark

우르르 한 발자국들로 단단하게 다져져 광이 흐르는 길을 걷다 보면, 딱히 내가 걸어온 흔적이라 할 게 없구려. 당최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로 가는 지 알 턱이 있나. 때문에 길 끝까지 가닿으려고 걷는 겐지, 아님 그냥 길구경이나 실컷 하려는지 이제 잘 모르게 됐소만. 선행자들이 걸어온 이 눈 부신 길을 실눈 뜨고 굽어 볼 때면, 마치 내가 그분들이나 된 것 마냥 멋들어지게 땀 닦는 흉내만 느네그려. 후행자의 행적에는 길광에 스민 낮밤과 간간이 지나온 갈림길, 길가를 아우르는 풍수, 고양이, 그리고 그 길의 넓고 좁음 따윌 기억하는 것 외엔 딱히 남는 것도 없소이다. 아쉽다고 길 사이에 교각을 세우고 땅굴을 파 값나가는 머릿돌을 세우는 그런 큰 일이 근본도 모르는 쇤네에게 가당키나 한가 싶으이. 그저 떠돌이 놀이패나 장돌뱅이처럼 거점들을 바지런히 지나다니다, 발길 드문 길 귀퉁이에 퍽 하고 땅을 깨며 작은 표석 정도는 박아 볼 수 있지 않겄소. 훗날 길을 걷는다는 게 땀 닦는 흉내가 될지언정,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길은 계속 계속 새로 나지 않겠소이까. 자 우리 한 점 한 점 무광의 표석들을 손에 쥐고, 하여튼 길 끝으로 부단히 다녀보기로 함세. 옳거니 훗날 모든 곳에 길이 가닿으면, 세상천지 모든 땅이란 땅은 죄다 광이 흐를 것이외다.

 

 

- 김영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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